Your address will show here +12 34 56 78

이 소설은 손에 들고 쉽게 첫 문장을 펼치지 못했다. 기대감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는데 오히려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 소설가의 문장이 갖는 무거움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그래서 공연히 앞뒤를 들척이다 소설의 뒤에 낱말풀이와 함께 참고문헌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낱말풀이는 역사소설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참고문헌이라.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들을 지나온 소설가가 이번에 꺼내든 사건은 19세기 초반의 신유박해 언저리. 특별히 주인공이랄 사람은 없다. 우리에게 <자산어보>로 알려진 정약전이 좀 더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천주학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모두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니 주인공이니 뭐니 이름을 붙이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모든 이들을 소설가가 몰아부친 곳은 서캐와 고등어를 이어 연장한 선 위에 올라서 있으므로.

 

저자는 묻는다. 그물에 걸리고 칼에 발려 내장을 드러낸 물고기가 아득한 바다를 헤엄치던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이나 우악한 곤장에 살점이 흩어지고 피가 비산하며 뼈가 부러지는 가운데 역시 아득한 구원을 꿈꾸는 것은 과연 어디서 무엇이 다른가. 알 수 없는 폭력적 권력에 덜미를 잡혀 버둥거리다 고통 속에 마무리할 수 밖에 없는 삶은 왜 아직도 집착의 대상인가. 희망과 좌절이 겹치고 나뉠 때 그 분기점은 도대체 어디인가. 그리고 뒤늦게 이를 증언하겠다는 너는 누구인가.

 

이 소설의 내용은 교과서에서 편편히 단어로 실렸던 것들이다. 황사영, 윤지충, 주문모 등. 이들을 모조리 휘잡아 이처럼 선연한 자연인으로 되살려 놓을 수 있는 것이 소설가의 권한이겠다. 그들이 아직도 존재했던 것은 결국 기록을 통해서였고 이들이 또 자연인으로 되살아난 것도 문장을 통해서였다. 그렁저렁 늘어놓는 문장과 기록의 힘이 어떤 것인지, 이 소설은 모골이 송연하게 드러내준다. 


REVIEWS

RE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