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흘림기둥의 고백

조회 수 5799 추천 수 0 2012.09.08 10:32:25

 entasis-cover.jpg

출간일:  2012년 09월 10일
쪽수: 288쪽 출판사: 효형출판
ISBN-10895872

 

*목차

서문_환생의 순간
여는 글_ 유실부의 추적자

1장_ 커피 한잔의 추억
- 커피를 마시는 방법
- 종이컵의 사연
- 우산의 과거
- 지붕의 탄생

2장_ 물과 시간의 공격
- 사각형의 계보
- 지붕의 분화
- 사각형의 증식
- 침식의 힘

3장_ 세상을 덮는 방식
- 기와가 없던 시절
- √2와 우진각지붕
- 길고도 휜 부재
- 복잡하되 만족스런 해결책

4장_ 뻗은 날개의 탄생
- 유선형을 요구하는 순간
- 모서리의 혹독함
- 곡선이 출연하는 순간
- 강남 제비의 목격담
- 외계인과 불상의 차이

5장_ 아련한 숲의 기억
- 나무의 일생
- 목재가 된 후의 문제
- 배흘림의 논리
- 네모난 보의 사정
- 주먹 쥔 보
- 칸과 지붕

6장_ 연주회장의 목수
- 씨름장에 선 기둥
- 변형과 극복
- 바이올린의 모순
- 포작의 위대한 탄생
- 타협할 수 없는 존재

7장_ 가장 화려한 순간
- 노처녀와 외목도리
- 절박함이 사라진 자리
- 멸종한 종의 흔적
- 부처님의 미소를 얻는 방법
- 고드름의 교훈
- 개판을 위한 변명
- 도깨비와 연꽃의 자취

8장_ 염불과 잿밥 사이
- 목수의 증언
- 건물을 접어야 하는 사연
- 드르륵과 활짝의 차이

닫는 글_ 침묵의 얼굴
에필로그
참고문헌

 

서평

 

 

중앙일보 2012년 9월 8일

 

건축교양서인데, 추리소설처럼 읽힌다. 이를테면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이렇고 저런 상황으로 볼 때, 저렇고 이런 사건이라 결론을 내린다. 이때, 누군가 의문을 제기한다. “뭔가 이상해. 그렇게 단순한 사건일 리 없어.” 피해자를 둘러싼 정황을 종합하고 탐문수사를 계속한 결과, 흩어진 퍼즐 같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유가 좀 과격했다. 저자가 의문을 품은 대상은 전통건축물이다.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을 예로 들어보자. 이 앞에 선 사람들은 앞다퉈 ‘발레리나 같은 추녀와 역도선수 같은 배흘림기둥’을 칭송한다. 배경의 산세와 조화를 이루는 우아한 처마곡선은 민족이 지닌 미의식의 발현이라 한다. 저자는 궁금해진다. “저 처마와 추녀의 곡선이 없다면, 건물은 훨씬 더 만들기 쉽고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이었을 것이다. 집을 지은 목수들은 단지 시각적 미의식의 과시를 위해 저런 어려움을 무릅썼을까?”
 건축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심심해서, 혹은 아름다운 조형물을 소유하고 싶어 집을 짓지는 않는다. 집을 지으려 허허벌판에 선 그 옛날 목수들에게는 나무라는 재료와 자연환경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조건’이 있었다. 한국 전통가옥이 지닌 아름다움의 정수로 불리는 처마와 추녀. 이 조건 하에서 처마와 추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비바람으로부터 나무기둥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기둥이 썩으면 집이 쓰러진다. 기둥의 발목 부분이 물에 젖지 않게 하려는 구조적 필요성 때문에 처마는 높이 더 높이 뻗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위 아래 부분이 갸름하고 중간이 볼록해 독특한 미감을 자랑하는 배흘림기둥에 대해서도 의심해본다. 지금까지 배흘림기둥의 존재이유에 대한 설명은 두께가 일정한 기둥의 경우 중간 부분이 가늘어 보이는 착시 현상을 보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진짜 비밀이 나무기둥 아래에 받쳐 놓은 돌인 ‘주초(柱礎)’에 있지 않을까 추리한다. 나무기둥 너비에 맞는 돌을 찾아내 다듬는 것보단 돌 크기에 맞춰 나무 밑둥을 갸름하게 깎는 쪽이 목수의 입장에서 더 쉬웠을 거라는 판단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전통건축물은 목수들이 다양한 제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우아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종이컵은 왜 동그란가’라는 뜬금없는 질문에서 시작해,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얹고, 기와를 덮고, 문을 내 집을 완성하는 과정까지 치밀하게 끌어가는 구성이 탁월하다. 마지막 장까지 읽어야 사건의 얼개가 맞춰지는 추리소설처럼, 이 책 역시 온전히 완성된 한 채의 집을 만나고 싶은 욕심에 책장을 덮기 어렵다. 올해 4월 발간됐던『사라진 건축의 그림자』의 개정판으로,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그림과 한옥의 각종 부재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덕분에 용마루가 뭔지, 맞배지붕이 뭔지 전혀 모르는 건축 아마추어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게 됐다.  

 저자는 전통건축물을 보는 사람들이 “배우고 외웠던 자연미와 곡선미뿐 아니라 절실했던 목수의 모습까지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충실한 독자라면 배흘림기둥과 다시 마주쳤을 때,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민 끝에 나무 기둥의 아랫부분을 깎아 주초에 얹어 놓고, “해 보니 나름 괜찮네” 혼잣말 하는 목수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이영희 기자  


동아일보 2012년 9월 8일

 

건축 분야의 파워라이터인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4월에 낸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를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썼다. 전작에 나오는 부제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이 진화론에 기반을 둔 저자의 접근법을 짧게 요약한다.
한국 고건축의 아름다움 하면 곡선미를 떠올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인의 버선코처럼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와 신체치수 ‘37-49-43cm’로 미술사학자 고유섭이 ‘완만한 곡선’이라고 표현했던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다. 이 곡선미는 한국인의 뛰어난 안목과 미의식의 산물이라는 게 미술사학자들의 해석이다.
도면을 그려 건물을 올려 짓는 일을 업으로 하는 건축가가 이 대목에서 딴죽을 건다. 과연 목수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추녀를 들어올리고 배불뚝이 기둥을 만들었을까. 현대건축 전문가인 저자는 해답을 얻기 위해 오랜 세월을 견디어 살아남은 고건축의 유구(遺構)와 해외 건축 사례에 자신의 논리를 더해 퍼즐 맞추기를 시도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추론은 고건축의 생김새가 비와 바람과 중력을 견뎌 단종(斷種)과 멸종(滅種)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화의 산물이라는 것. 고건축의 아름다움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얻게 된 우아한 결과물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추녀 얘기부터 들어보자. 추녀는 멀리 허공으로 뻗어 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위험하고 시공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기를 쓰고 멀리 뻗으려는 이유는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래야 건물을 받쳐주는 기둥이 비에 젖지 않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칠 땐 기둥도 말라야 한다. 추녀를 쳐들면 그만큼 기둥 아래가 더 많은 빛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중국 고건축의 추녀가 남쪽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가파르게 치솟아 있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저위도 지역에선 태양이 높이 뜨기 때문에 추녀도 그만큼 들려 있어야 기둥 아래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배흘림기둥 차례다. 혜곡 최순우 선생이 기대어 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는 그 기둥이다. 기둥의 중간 부위를 굳이 불룩하게 다듬어 놓은 이유는 중간 부분이 가늘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보정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저자는 주초를 만들기 위한 돌의 가공작업량을 줄이기 위해 굵은 나무 기둥을 적당히 깎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무를 깎는 것이 돌을 다듬는 것보다는 쉬운 작업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며 비전공자로서 ‘민족 신앙’처럼 굳건한 고건축의 미의 근원을 따져든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치열하고 절박한 작업의 결과물이 아니면 그 대상은 아름다울 수 없다”는 저자의 결론은 한국 미술사의 큰별 혜곡 선생이 무량수전에 대해 “이것은 족히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라고 했던 분석과 다르지 않다.
이진영 기자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