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스톤

중앙일보-상상력사전 조회 수 238 추천 수 0 2017.07.24 09:48:01

[중앙선데이, 2017. 07. 23] 로제타스톤


그것은 존재하나 부재하였다. 그것은 때로 위협하고 간혹 위무하였다. 인간의 입을 나온 부재의 흔적은 기억의 존재로 남았다. 그 기억은 모두 달라 인간은 서로 입을 의심하고 귀를 불신했다. 보이지 않는 그것이 보이는 것을 세우고 허물었다. (태양신)의 말은 인간의 말과는 또 다른 존재였다. 후일 헬라인은 이를 스핑크스라 일컬었다.


일식의 날 라는 스핑크스를 보내 파라오를 소환했다. 파라오는 스핑크스의 문제에 답해야 했고 답이 틀리면 라는 아누비스(죽음의 신)를 보냈다. 알 수 없는 때 검은 혀가 태양을 덮었고 파라오가 죽었다. 그의 영혼을 담았던 심장은 꺼내 항아리에 넣었고 몸은 말려 미이라를 만들었다. 파라오를 죽였을 질문은 허공의 말이 되어 입에서 귀로 떠돌았다. 그러나 이미 부재하는 그것을 막상 저잣거리가 알 길은 없었다.


대답하여 돌아온 파라오는 자신을 살린 말을 기억하여 왕궁 깊은 방에 글로 새겼다. 왕실의 문자는 빗장이 육중하였으니 질문은 신성하고 대답은 비장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질문은 이것이다. 하나의 목소리를 갖되 처음에 네 발, 다음에 두 발, 그리고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이냐. 사람이라고 답한 파라오를 라는 축복했다. 너는 가서 사막이며 또 습지인 곳을 가늠하라. 내가 보낸 밤별이 뜨는 계절 나는 대지어미의 젖줄을 범람시킬 것이다. 기름지게 된 그 땅이 너의 것이다. 갈대의 바다 곁에 흰 벽의 도시를 세우라. 땅을 측량하고 번성하라.


후대의 파라오 스테프루에게 아들 쿠푸가 있었다. 쿠푸는 총명하였고 어두운 방의 문자들을 혼자 손으로 짚어가며 읽었다. 아비는 아들이 흡족하였으나 그런 그가 때로 불편했다. 기어이 낮이 검게 닫히고 스핑크스가 왔다. 스테프루는 두려워 떨었고 아들이 대신 답해도 좋은지 물었다. 스핑크스가 대답했다. 답이 옳다면 아비와 아들이 천수를 누릴 것이다. 대답하지 못하면 아누비스가 아들에게 갈 것이다.


꼬리가 머리를 물어 죽이되 머리가 다시 꼬리를 물어 되사는 것은 무엇인가. 쿠푸가 머리를 들어 답했다. 태양이옵니다. 태양은 순간에 황혼으로 사라지되 곧 살아나 새벽이 되기 때문입니다. 네 답이 옳도다. 보니 아들이 명석하므로 다시 묻노라. 대답한다면 너에게 오시리스(부활의 신)를 보내 죽어도 다시 사는 기회를 허락하겠다.


영원한 불멸의 존재는 무엇인가. 그러한 존재의 부재가 불멸이옵니다. 라는 당황했다. 그렇다면 그 존재에 가장 가까운 존재는 무엇인가. 문자이옵니다. 라는 진노했다. 너는 하찮은 인간이 새긴 그것을 이르느냐. 허물어질 벽에 남긴 그것이 어찌 불멸의 길을 따르겠더냐. 약속했으매 너희 부자에게 천수를 허락하노라. 그러나 또한 내가 이르노니 너의 도시는 무너질 것이며 그 영화는 잊힐 것이다. 너희는 서로 저주하여 이를 갈 것이며 벽은 다시 돌로 돌아갈 것이다.


거듭 두려워하는 아비에게 아들이 말했다. 깊은 방의 문자를 꺼내소서. 그리하여 의심과 불안에서 세상을 재우소서. 벽에는 답이 지워진 질문도 있었다. 다음 낳은 것이 처음 낳은 것을 다시 낳았을 때 그 어미와 아이의 크기가 같은 것은 무엇이냐. 쿠푸는 거기 춘분이라고 새겼다. 세 개의 모서리를 가진 네 개의 모서리는 무엇이냐. 애통이 침묵을 내려다보되 침묵이 애통을 기억치 못하는 방은 무엇이냐. 앉아있는 남자와 누워있는 여자는 무엇이냐.


스테프루는 아들의 말을 따랐다. 삼각형이며 사각형으로 돌을 쌓아 깊은 방의 무덤을 만들었다. 그는 천수 후 미이라가 되어 그 방에 들어갔다. 이어 즉위한 쿠푸는 아비보다 훨씬 큰 피라미드를 세웠다. 태양을 마주 보는 그 앞에 다른 돌을 깎게 하였으니 그것은 여자이며 남자였고 앉아 있되 엎드려 있었다. 쿠푸는 거리의 문자로 신성한 문자를 번역했고 뒤의 파라오들이 이를 따랐다.


저주와 전쟁이 있었고 흰 벽의 도시는 무너졌다. 이천 년 뒤에 여기 온 헬라인은 파라오를 알지 못했다. 그는 다만 본 것을 돌아가 말로 전했고 옮겨 들은 이들이 파피루스에 글로 적었다. 다른 이천 년 뒤에는 갈리아인 병사들이 갈대바다의 마을인 작은 장미(Rosetta)에 왔다. 그들이 발견한 검은 돌에 문자가 가득하되 거기 도시와 무덤의 흔적은 없었다. 태양이 가려져도 스핑크스는 오지 않았고 파라오의 영혼도 미이라에 돌아오지 않았다.


http://news.joins.com/article/2178056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중앙일보-상상력사전 심청전

  • [레벨:9]서현
  • 2017-12-04
  • 조회 수 31

중앙일보-상상력사전 삼국유사

  • [레벨:9]서현
  • 2017-11-20
  • 조회 수 59

중앙일보-상상력사전 훈민정음

  • [레벨:9]서현
  • 2017-11-06
  • 조회 수 106

중앙일보-상상력사전 파리대왕

  • [레벨:9]서현
  • 2017-10-23
  • 조회 수 121

중앙일보-상상력사전 단군신화

  • [레벨:9]서현
  • 2017-10-02
  • 조회 수 146

중앙일보-상상력사전 스케이터

  • [레벨:9]서현
  • 2017-09-19
  • 조회 수 148

중앙일보-상상력사전 신데렐라

  • [레벨:9]서현
  • 2017-09-04
  • 조회 수 172

중앙일보-상상력사전 사도세자

  • [레벨:9]서현
  • 2017-08-21
  • 조회 수 193

중앙일보-상상력사전 로제타스톤

  • [레벨:9]서현
  • 2017-07-24
  • 조회 수 238

중앙일보-상상력사전 심사임당

  • [레벨:9]서현
  • 2017-07-10
  • 조회 수 263


XE Login